얼마전 사건이 끝난 의뢰인에게 물었다.
처음에 상담을 다녀간 뒤 어떤 점이 마음에 와닿아서 나를 선임하였는지. 그러자 ‘변호사님은 저와 달리 이성적이고 또 저의 의문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을 딱딱 잘해주셔서 이해가 잘 되었어요.
다른 데 갔을 땐 너무 두루뭉술해서 잘 이해하기 어려웠던 곳도 있고, 또 따뜻하고 잘 들어주시기는 했지만 명확하게 설명은 별로 못 들은 곳도 있고요.
그런데 변호사님은 냉철하게 잘 하실 것 같고, 또 한편으로는 같은 여성이라서 그런지 공감도 잘 해주셨어요.
아 진짜 전문가구나 생각했죠’ 변호사라는 전문직은 냉철한 이성과 따뜻한 감성이 같이 필요한 직업군이다. 그리고 그 둘에 결합된 열정과 의지도 필요하다.
그 의뢰인의 소송 진행 중에 조정이 진행된 적이 있었다. 조정은 양쪽이 타협점을 찾는 재판절차 중 하나이다. 의뢰인과 상대방은 부부사이였고, 이미 양자 사이에는 어느 정도 합의된 사항이 있었다.
그렇지만 제3자가 또 있었기 때문에 그 합의대로 끝낼 수는 없었다. 상대방에게 차분히 합의 내용의 전제조건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려 했다.
그러자 갑자기 상대방의 변호사가 내게 버럭 화를 내는 것이 아닌가. 기가 막혀 나도 같이 소리 높여 조목조목 따졌다.
결국 한바탕 대리인 전쟁이 벌어지고 사이에 낀 조정위원들이 난처해 하면서 자제를 시켰다. 원래 변호사들끼리는 아무리 상대방이라 하더라도 서로간에 지켜야 할 법정예절이 있는 법이다.
그런데 이것이 많이 희석된 것 같은 사회 분위기인데다, 그날따라 상대방 변호사는 ‘무식하게’ 나를 윽박지르고 나오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나는 논리로 밀리는 상황이 아니면 결코 법정에서는 무식한 사람에게 지지 않는다.
같이 소리를 질러줘야 하는 상황이면 ‘얌전’이나 ‘우아’를 떨고 있지 않고 같이 버럭버럭대고,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상대방의 약점을 말로 후벼판다.
그것은 상대방 당사자의 소송상 약점일 수도 있고, 대리인의 평소 변론상의 약점일 때도 있다. 도저히 반박할 수 없는 곳까지 논리를 들이대서 입을 닫고 도망가게 만든다.
그날 상대방 변호사는 조정위원들이 말려서 더 이상 말을 못하게 되자 날 노려보기 시작했다. 어처구니 없었지만 내가 누구인가. 마주 째려봐주며 1분 이상 지난 것 같다.
먼저 눈돌리지 않기로 정했기 때문에 그냥 끝까지 그러고 있었다. 우락부락 험상궂은 상대방 변호사는 날 한 대 치고 싶었을지 모르지만, 그런 상황은 오지 않을 것임을 잘 안다.
그러므로 법정은 내게 정말 유리한 싸움터다. 결국 상대방이 먼저 눈을 돌려버렸다. 그리고 조정위원에 의해 잠시 밖으로 나가며 끝까지 내게 한마디 하는 것 아닌가 ‘그렇게 쳐다볼 필요 없다’라고.
그러나 이미 본인이 졌다는 건 본인도 알고 나도 아는 상황. 상대방은 부들부들거리고 있었지만, 나는 평정심을 유지한 채 마주 째려봤던 것. 아마 상대방이 부들거렸던 이유는,
다른 사건들에서는 자기가 버럭 소리를 높이면 약한 변호사들이 피해버렸기 때문에 그런 성공의 경험으로 내게 똑같이 했으나 내게는 전혀 통하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내 일이었다면 괜한 다툼에 에너지 쓰는 것이 싫다며 그냥 피해버렸을지도 모르지만, 의뢰인의 일이 되면 얘기는 달라진다. 상대방의 변호사에게는 일단 절대 지지 않는다. 내 의뢰인이 소송상 내재적으로 가진 약점과 불리함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런 것 때문에 나오는 결과는 나로서도 어쩔 수 없지만, 최소한 변호사 대 변호사로서는 절대 밀리지 않는 것이 내 철칙이다. 나를 믿고 선택해준 내 의뢰인에 대한 나의 보은인 셈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열정적으로 인간군상을 연구한다.
생활 속에서는 어설프고 실수연발이고 아직도 배워야 할 것들이 있지만, 법정에서는 내 의뢰인의 완벽한 보호자가 되기 위해 작은 것 하나 소홀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대전이혼전문변호사 김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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